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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2 09:16 수정 : 2019.08.22 22:04

‘클라부’ 매장.

성범수의 입는 사람

‘클라부’ 매장.

스포츠 웨어를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난민을 돕는 기부를 할 수 있다. 비영리 재단이자 스포츠웨어 브랜드 ‘클라부’(KLABU)의 옷을 사면, 누구나 자동으로 기부하게 된다. 2주 전, 가을·겨울 남성복 트렌드를 소개했다. 이번엔 당연히 여성복 트렌드? 맞다. 그럴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길을 걷다 특별한 정보를 입수했다. 그걸 널리 알리고 싶어졌다.

지금은 런던에 있지만, 며칠 전까지 암스테르담에 있었다. 패션 촬영을 위해 암스테르담 중앙역 맞은편 골목을 샅샅이 훑어보고 다녔을 때, 클라부(KLABU)라는 스포츠 브랜드의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웬만한 브랜드들은 머릿속에 다 담고 있는 터라, 낯선 이름과 화려한 컬러의 운동복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발걸음이 절로 매장 안으로 향했다. 클라부는 스와힐리어로 ‘클럽’이란 뜻이다. 축구와 관련된 옷만 잘 만드는 스포츠 브랜드였다면 소개할 의지는 없었을 거다.

클라부는 패션 브랜드이자 비영리재단이다. 창립자는 얀 판 호벨(Jan van H?vell). 그와 뜻을 함께하는 암스테르담 청년과 케냐의 젊은이들을 이끄는 재단이자 스포츠 의류 브랜드였다. 창립자 호벨은 디제이(DJ)이자 변호사다. 인턴으로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근무했다. 그때 마주했던 난민 캠프에서의 경험은 이 브랜드 출범의 견인차 노릇을 했다.

스포츠와 게임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서 익숙지 않은 공간에서 살아가야 하는 나이 어린 난민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클라부는 난민들이 그들의 삶을 재건할 수 있게 돕는다. 스포츠클럽을 짓고, 스포츠 장비와 의류를 공급하고, 경기장을 건설한다. 클라부 스포츠클럽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운영한다. 이런 능동적인 운영 방식은 지속 가능하며, 전 세계적으로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시스템이다.

‘클라부’ 매장.

현재 난민 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난민 중 18살 미만 청소년도 많다. 케냐 북부 난민 정착촌에 있는 난민도 18살 미만 청소년이 많다고 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그들의 앞날은 결코 장밋빛일 수 없다. 난민을 위한 대부분의 스포츠 지원 정책은 일회적이고 산발적인 경우가 많다. 클라부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젊은 난민들과 지역 주민들이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장기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 그들은 클라부와 함께 클럽하우스를 짓고, 클럽의 일상적인 관리를 맡는다.

직접적인 기부도 가능하지만, 옷을 구입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도 기부가 가능하다. 비영리 재단이 스포츠 브랜드를 완성해 기부 활동을 하는 건 꽤 낯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옷을 사는 것밖에 없었다. 결국 옷 한 벌을 산 후, 걸음을 돌렸다. 암스테르담을 떠나기 전, 기부했다는 뿌듯함이 출장 일정에 훌륭한 방점이 돼주었다.

글·사진 성범수(<인디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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