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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4 20:00 수정 : 2019.09.04 20:08

사진 코스 제공

성범수의 입는 사람

사진 코스 제공

패스트패션은 패션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에 반하는 움직임이란 비난과 질타를 받곤 했다. 그런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최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꽤 매력적이다.

종이 잡지를 만들고 있다. 맘에 쏙 드는 글과 사진 그리고 편집을 통해 책이 인쇄돼 나온다. 완성된 책을 들고, 스스로의 노고를 위로하며, 상념에 젖는다. 눈물이 살짝 맺힐 때쯤, ‘이렇게 곱게 완성된 책을 만들기 위해 잘려나간 종이는 어찌 되었을까’라는 물음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맺혔던 눈물은 이내 ‘뚝’ 하고 흘러 내려온다. 잘려나가 버려진 종이에 대한 질문처럼 환경에 대한 관심은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고급 럭셔리 브랜드들과 달리 패스트패션은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하고, 일주일 단위로 신제품을 쏟아낸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트렌드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보관이나 옷 세탁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받지 않아도 됐다. 한 시즌 입고 버리기만 해도 아까울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산 방식과 소비 행태는 골칫거리가 됐다. 버려지는 옷이 환경에 영향을 미쳐 문제가 될 정도다. 이런 문제에 대해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바라만 보고 있진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에이치앤엠(H&M)은 지속가능한 패션을 제시하는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다. 이 컬렉션은 해가 거듭될수록 진정성과 기술력이 향상돼 만족도가 높다. 옷의 겉모습만을 보고서는 원재료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셀룰로스 섬유로 만든 피나텍스 소재 재킷, 녹조류로 제작한 발포 고무 블룸 폼 슈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지속 가능성을 넘어 아름답기까지 한 이 컬렉션은 패스트패션의 방향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점에서 인정받고 있다.

코스도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한다. 패스트패션인데도 디자인과 제작에 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한 시즌 만에 버려지는 옷이 아닌, ‘타임리스’한 스타일과 오래 입어도 변함없는 품질에 집중하고 있다. 코스의 지속 가능성의 시작점은 ‘만약 우리의 생산 라인에서 남는 패브릭을 사용할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코스가 오랫동안 거래해온 터키의 생산 공장에서는 1년 동안 1.5t의 100%면 자투리들을 모아놓는다고 한다. 이 면 조각들을 잘게 찢고, 압축시켜, 빗질해, 실을 뽑고 위빙을 한 후, 염색 과정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100% 면 스웨트셔츠(sweatshirt·셔츠와 같은 스타일의 스웨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간 새로운 아이템을 곧 내놓을 계획이다. 용도 변경된 면으로 만든 토트백이다. 한국은 가을에 입고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용도 변경된 소재로 만들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완성도가 꽤 만족스럽다.

과연 가능할까? 개인적으로 확신은 없지만, 코스는 2030년부터는 재활용되거나 지속 가능한 소재만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만천하에 천명했다. 100% 순환되고 재생 가능한 소재만 사용하는 것이 과연 패션 산업에서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11년 뒤 미래가 조금은 궁금해진다.

책을 만들다 버린 자투리 종이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브랜드들도 사회적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움직이고 있는데, 매체를 만들고 있는 사람으로서 외면할 수만은 없는 일일 테니까.

성범수(<인디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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