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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5 20:30 수정 : 2007.08.17 15:40

돼지 요리 중에서 가장 맛있는 것 중 하나는 바비큐다. 가장 낮은 온도에서 오래 구워야 한다. 한겨레 강재훈 기자

[매거진 Esc]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⑫

날마다 새로운 메뉴를 생각하는 요리사의 주방에선 향기가 난다

그거 알아요? 좋은 주방에선 좋은 향기가 나요. 뉴욕에 처음 가서 일할 만한 식당을 고를 때의 기준이 그거였어요. 길을 가다가 좋은 향기가 나면 그 식당에 들어가요. 대부분 맞아요. 나는 음식 평론을 쓸 때 처음으로 보는 것이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예요. 식당에 들어가서 향기를 맡아 보면 그 식당이 괜찮은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어요. 날마다 같은 요리를 만들어내는 식당에선 좋은 향기가 흘러나올 수 없어요. 요리사의 가장 큰 즐거움은 매일 새로운 요리를 생각한다는 거예요. 음식을 만들면서 매번 새롭게 요리를 만들 생각을 해요. 물론 생각대로 되는 음식은 하나도 없어요. 머릿속에 떠오른 10개 중에 겨우 1개 정도만 새로운 메뉴로 탄생해요. 이건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 난 같은 메뉴를 매일 똑같이 내는 사람을 요리사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건 기계예요, 기계. 그래도 가끔 음식의 장인 같은 사람이 있어요.

예약도 안 되고 전화도 안 받는 집

예전에 한 바비큐 집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그때는 어떤 음식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무조건 그 음식을 먹으러 달려갔어요. 그때도 그랬어요. 뉴욕에서 차를 몰고 열 시간 동안 달렸어요. 갑자기 바비큐가 먹고 싶어서 유명한 집을 찾아간 거예요. 이 집은 정말 초라한 집이었어요. 지나가다 보면 아무도 식당인 걸 몰라요. 그냥 가정집 같아요. 나도 가게에 들어갈 때 문을 열었는지 닫았는지 알 수 없었어요. 예약도 안 돼요. 전화도 받질 않아요. 그냥 갔다가 허탕 치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아요. 메뉴는 바비큐 딱 하나밖에 없고 일요일엔 쉬어요. 교회에 가야 하니까요.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혼자 하는 집이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바비큐 중 최고였어요. 저녁은 없고 점심만 팔아요. 점심 준비를 하는 데 12시간이 걸려요. 그냥 구워 먹는 바비큐가 아니라 숯불 위에다 망을 얹어서 12시간에서 14시간 정도 굽는 거예요.

중요한 건 이걸 낮은 온도에서 구워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완전 부드러워져요. 숯불은 주로 히커리를 사용하는데 향이 정말 말도 못 하게 좋아요. 바비큐를 할 때는 좋은 고기를 쓰지 않아요. 향이 중요해요. 이 집은 맥주도 없고 와인도 팔지 않아요. 소스도 한 가지밖에 없고 곁들여주는 것도 콘프레이크와 코울슬로(양배추 샐러드)뿐이에요. 그 사람은 정말 자기가 즐겁기 위해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어요.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만 돈을 번다고 해요.


미국에서 바비큐면 무조건 돼지를 뜻해요. 돼지는 정말 맛있는 음식 재료예요. 돼지 요리 중에서 가장 맛있는 게 바비큐와 애저찜이예요. 내장을 빼고 돼지를 깨끗이 씻어요. 그리고 내장으로 소시지를 만들어 다시 돼지 속을 채우고 오븐에 구워요. 살이 부드러워지고 겉은 바삭바삭해져요. 돼지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어요. 돼지 입에다가는 사과를 하나 물려서 호일로 싸고 굽는 거예요. 쇠고기보다 돼지고기가 훨씬 맛이 좋아요. 그건 당연한 거예요. 소는 먹기 위한 동물이 아니었어요. 일을 시키는 게 주목적이었어요. 하지만 돼지는 오로지 먹기 위해서 키운 동물이에요.

미국에선 루이지애나 음식을 재미있어했어요. ‘루이지애나 퀴진’이라고 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루이지애나 특유의 상황에서 만들어진 거예요. 거긴 프랑스 사람들과 흑인이 공존하는 곳이어서 두 가지 스타일이 함께 녹아 있어요. 프랑스 음식에 가까운데 매워요. 아주 진한 맛이고, 무거워요. 루이지애나 퀴진을 다른 말로 케이준(Cajun) 퀴진이라고 하기도 해요. 케이준 치킨 샐러드라는 음식은 많이 들어봤죠?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루이지애나의 여러 요리 중에 크로피쉬(crawfish)를 삶은 게 아주 맛있어요. 새우처럼 생긴 건데 민물에 살아요. 그걸 삶아서 그대로 먹거든요. 매운 국물에 삶아서 매운 마요네즈 드레싱을 곁들여서 먹어요. 한두 개 먹어선 맛을 알 수 없어요. 한가득 삶아서 계속 먹다 보면 그 맛이 입 속에 계속 남아 있어요.

재미있는 미국의 루이지애나 음식

어떤 지역의 특별한 음식들을 먹다 보면 퓨전이라는 말이 얼마나 함부로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한국에서도 퓨전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진짜 퓨전은 A와 B가 만나 그것 이상의 새로운 음식으로 바뀌는 거예요. 이런 요리를 하는 퓨전은 거의 없어요. 퓨전이라는 말은 상업적인 용도로만 쓰이는 거예요. 중국과 일본의 음식이 만났다, 그건 퓨전이 아니에요. 재료가 비슷하잖아요. 완전히 다른 문화의 다른 재료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야 해요. 두 나라의 모든 걸 이해하고 두 나라의 음식을 꿰뚫고 있어야 해요. 두 나라 음식의 기본에 충실하되 그걸 뛰어넘는 새로운 맛이어야만 해요. 퓨전이라는 말은 그렇게 쉽고 만만한 단어가 아니에요.

정리 김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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