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07 19:48
수정 : 2016.12.07 20:28
[ESC]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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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 참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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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은 훌륭한 술안주다. 찬 소주 한잔 털어넣고, 졸깃·짭짤·배릿한 꼬막 한두 개씩 까먹는 맛. 양념장 올린 새꼬막 무침도 맛나고, 그냥 삶아낸 참꼬막 까먹는 맛도 좋다. 겨울은 꼬막 철이고 꼬막 안주 곁들여 소주 한잔하기 알맞은 철이다. 지난주 대표적인 ‘꼬막의 고장’ 보성 벌교를 찾았다. 작은 포구 주변의 한 허름한 구멍가게. 어르신 네 분이 꼬막무침에 졸복국까지 끓여놓고 둘러앉아 초저녁 잔질에 빠지셨다.
“서울써 이 먼디를 왔소오. 술이나 한잔 허요. 꼬막 있응게.”
“운전 때문에요.” “어허이, 딱 한잔은 해이지, 으른이 주는디.” 졸아붙어 진국이 된 복국을 한 그릇 퍼주시던, 얼굴 불콰한 어르신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쩌그, 거시기, 궁금헌 게 있는디 말이여.” 그러자 다른 어르신들도 일제히 귀를 쫑긋 세우신다.
“거시기 말이여. 서울써는 으떻게 본다요?” “뭘요?” 어르신들이, 참 말귀 못 알아듣는다는 표정으로 한마디씩 거들었다.
“아따, 그 비아그라 안 있소. 청와대 비아그라 말이요.” “여그서는, 둘러앉으면 그 야근디.”
“그랑게, 톡 까놓고 말혀서, 고걸로 겁나 거시기 헐라고 거시기 헌 게 아니냐, 이거요.”
“에이, 설마 거시기 헐라고 그랬겠어요?” 하자 어르신들은 즉각 반발했다.
“그럼, 거시기 아니믄 뭐것소?”
“뭐땀시 그 많은 약을 샀다요? 나눠 멕이고 거시기 헐라고 산 거제, 안 그렇소?”
“어이그, 최순실이랑 허는 꼬라질 보믄 그라고도 남제.”
“그게 아님 설명이 안돼부러. 아조 개××을 헌 것이여. 우린 다 그렇게 보고 있응게.”
“말하자믄, 요것이 여그 민심이랑게.”
“높은 산에 갈 때 쓰려고 샀다데요” 하니, 한 어르신이 말했다. “산에서? 아따, 산에서 하든 집에서 하든, 그 많은 걸 으떻게 다 쓰까이.”
어르신들은 끝까지 우겼다. ‘청와대 전체 분위기를 보면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는 말씀인데, 어쩌랴. 이미 박근혜·최순실이야말로 꼬막보다 몇배 더 졸깃·짭짤·배릿한 ‘국민 술안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인 것을.
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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