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02 19:53
수정 : 2017.08.0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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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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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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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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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5개월간 중단했던 새벽 수영(강습)을 다시 시작했다. ‘새 기분을 내보자’며 수영장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아니, 이전 수영장 강사의 편애(?) 때문에 도저히 더 다닐 수 없었다. 그는 내 자존심에 생채기도 냈다! 본인은 산도적처럼 생겨놓고, 젊고 예쁘고 날씬한 여성 회원에게만 친절하고 관대했다. 반면 내겐 늘 ‘원칙론’을 강조하며, 실력을 깎아내리기 일쑤였다. 심지어 믿거나 말거나 중급반 에이스인 나만 제외하고 다른 회원들을 상급반으로 진급시키는 만행(?)도 저질렀다. 내겐 “회원님은 이 레인에 남으세요”라는 확인사살까지 했다! 대체 이런 무책임한 갑질이 어딨나?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나는 그날 이후 수영을 접었다. ‘그놈 만나기만 해봐라!’ 이를 갈았지만, 결과적으로 복수는 못 했다. 대신 내 잠과 살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수영을 재개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이유다. 밤늦게 이어지는 술자리들과 강습 시간이 아침 6시라서 ‘빠지지 않고 열심히 잘할 수 있을까?’, ‘돈만 날리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이 들었다.
염려는 기우였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결석률 ‘제로’다. 8할이 20대 수영강사 덕분이다. 하늘색 수영팬티와 조화를 이루는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근육질…, 첫 수업에서 그에게 홀딱 반하고 말았다. 투블럭컷에 콧수염, 심지어 요즘 트렌드라는 왁싱까지!(겨드랑이 털을 매끈하게 밀었다)
강사 덕분에 수영장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수업 중 힘찬 물질 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순간에도 ‘힐끔힐끔’ 강사에게 눈길이 간다. 그가 며칠 전 내게 “다음달엔 윗반으로 올라가시라”고 했을 땐 서운해서 울 뻔했다. “폐활량이 좋지 않아서요”라고 에둘러 말했을 뿐 “샘 때문에 남겠다”는 본심은 꼭꼭 숨겼다. 어쨌든 갱년기 초입 증상으로 무기력했던 나한테서 수영 욕구가 타오르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결국 이달엔 월수금(A반)에 이어 화목토(B반)까지 2개 강좌를 끊고야 말았다. B반 강사도 지금의 그분이길 간절히 바라면서….
(*단언컨대 지금껏 나는 수영강사를 풀 밖에서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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