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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2 19:49 수정 : 2018.08.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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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김문정(가명)씨가 얼마 전 퇴사했다. ’매서운’ 상사 때문이었다.

평소 그의 상사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 걱정은 주로 김씨를 향해서만 이뤄졌다고 한다. “문정씨, 지금 영업 나가? 제대로 안하면 소송 당할 수 있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호들갑 떠는 건 예사였다. 이밖에도 회의 때마다 마치 우주 전쟁을 앞둔 미국 대통령이라도 된 듯 심각한 표정을 짓는 통에 김씨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거 괜찮지?“ 김씨에게 면박을 주던 그도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희망적인 태도를 보였다.

어느날 아침, 김씨는 자신의 몸이 불덩이 같다는 걸 느꼈다. 쉬고 싶었지만 상사의 냉정한 눈빛이 떠올랐다. 열을 내리기 위해 찬물을 온몸에 끼얹었다. 여름에도 찬물 샤워를 하지 않을 정도로 추위에 약한 그였다. 벗은 몸으로 벌벌 떨면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한다. 결국 상사에게 보낸 문자. ″병가를 내도 될까요? 죄송합니다.″ “당일에 휴가 내는 건 안 됨. 주의하길.“ 돌아온 답이었다.

업무 특성상 김씨는 점심 식사를 상사와 함께 해야 했다. 그의 상사는 ’엽기 떡볶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매운 떡볶이와 김치볶음밥을 좋아했다. 때문에 일주일에 서너 번은 반드시 이 메뉴를 먹어야만 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씨는 거의 매일 점심 때마다 떡볶이 혹은 김치볶음밥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내오곤 했다. “속에서 불이 난다”는 문자도 함께. 아마도 자신의 고통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랐던 것 같다.

지난달 김씨는 생일을 맞았다. 그리고 찾아 온 점심 시간. “생일인데 뭘 먹고 싶냐”는 상사의 물음에 왠지 희망이 보였다고 한다. ″냉면 어떠세요?” 김씨가 모처럼 입을 열었다. “그거 말고 떡볶이는?(웃음)". 김씨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순간이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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