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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1 20:00 수정 : 2019.05.01 20:11

게티이미지뱅크.

헐~

게티이미지뱅크.

나는 어째서인지 남들이 기피하는 출장을 곧잘 가곤 했다. 그 해외 출장은 명목상으로는 2박3일 오사카에서 진행될 영화 촬영현장 취재였다. 출발일이 임박해, 나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뭘 타고 가죠? 배를 타고 갑니다.

배요? 편도 18시간입니다. 18시간이요? 나는 이쯤부터 듣는 모든 말을 되묻는 병에 걸렸다. 2박3일 일정인데 18시간 동안 배를 타고 간다고요? 촬영현장은 어딘가요? 배에서 촬영합니다. 배에서 촬영한다고요? 그러면 오사카에서 하루 자고 비행기를 타나요? 항만에 쇼핑몰이 있는데, 거기서 식사하신 뒤 2시간 후 다시 배를 타고... 뭐라고요? 배를 또 탄다고요? 2박3일 오사카 출장. 왕복 36시간 배 탑승, 왕복 6시간 케이티엑스(KTX)탑승. 자유 시간 2시간.

저녁 식사를 하고 나자 모두 모이라는 연락이 왔다. 드디어 촬영현장인가 했는데, 몰락한 러시아 귀족처럼 파리한 얼굴색에 깡마른 백인 남자와 백인 여자가 하는 마술쇼를 구경하며 술을 마시는 자리였다. 관계자를 찾았다. 촬영현장은 언제 공개하나요? 지금 찍고 있어요. 지금 찍고 있다고요? 비공개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비공개로 찍을 건데 왜 기자들을 불렀나요? 어쩌다 보니... 저기 마술쇼 제일 앞에서 박수 크게 치는 사람이 저랑 같이 온 사진기자거든요. 뭘 찍어서 무슨 기사를 쓰라고 부른 건가요? 결국 아주 잠깐 ‘언론공개용’ 현장 브리핑을 했다.

돌아오는 배편. 뱃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없게 되어 뱃멀미 약을 구하러 승무원을 찾았다. 나의 횡설수설을 인내심 있게 들은 승무원은 “저기 맥주 자판기가 있어요”라고 말해주었다. 맥주 자판기요? 거기 뭐가 있는데요? 맥주를 팝니다. 맥주요? 맥주가 뱃멀미에 효과가 있나요? 금시초문이었다. 그냥 그거 드시고 주무세요. 저희도 그렇게 합니다. 맥주요? 맥주를요?

이다혜(작가·<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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