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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6 21:50 수정 : 2019.06.26 22:06

유투(U2). 연합뉴스

헐~

유투(U2). 연합뉴스

피케팅. 피가 튀는 전쟁터 같은 티케팅. 을 해본 적 없다. 이런 전쟁을 기꺼이 치를 만큼 아이돌 그룹이나 나훈아를 사랑하지 않았던 게 첫 번째 이유. 두 번째 이유는 관심이 있어도 피케팅 기운이 느껴지는 공연은 지레 포기했다. 고작 몇십명이 달려드는 방과 후 수업 신청에서도 패배자였던 내가 피케팅에 성공할 리 없잖아.

그런데도 유투(U2) 공연 예매전쟁에는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죽기 전에 한국에서 유투 다시 볼일 있겠어?’ 라고 말한 누군가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초청 기획사 쪽에서는 표 판매 부진을 걱정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어째 내 주변 사람들은 다들 안 가면 큰일날 것처럼 호들갑이었다. 그 호들갑이 십대 때의 팬심을 다시 불붙였다. 생전 처음 떨리는 마음으로 예매시간 10분 전 예매 사이트를 켰다. 티켓이 오픈되자 지정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스탠딩석만 남았다. 순식간에 자리를 바꿔 명멸하는 녹색 불을 클릭하면 ‘다른 분이 결제 중’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여러 번 반복하다가 하나 걸렸다 싶으면 결제를 하는 동안 표가 사라졌다. 허둥지둥하다가 지정석도 스탠딩의 좋은 위치도 다 사라졌다. 피케팅의 기본 상식, 신용카드가 아니라 계좌이체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도 모른 초심자만이 겪는 참사였다. 손 따로 머리 따로 움직이다 얻어걸린 자리 하나를 어떻게 결제했다.

두 시간 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거의 모든 좋은 자리들이 싹쓸이된 상태에서 내가 예매한 구역만 5000석 넘게 남아 있었다. 역대급 자괴감이 밀려왔다. 피켓팅 전쟁에서의 생존여부를 확인하는 지인들 사이에서 나는 나의 예매 사실을 비밀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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