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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7 20:13 수정 : 2019.08.07 20:35

‘날강두 티셔츠’. 김은형 기자

헐~

‘날강두 티셔츠’. 김은형 기자

지난 5월의 어느 날 난데없이 외국에서 전화가 왔다. “○○이 이름 영자가 뭐지? 좋아하는 숫자는?” 얼떨결에 답을 하고 며칠 뒤. 짜잔~하고 친구가 티셔츠를 내밀었다. 빨간 티셔츠 앞에는 크리스티안 호날두 이름이, 뒤편에는 번쩍이는 금박으로 아이 이름이 찍혀 있었다. 아이 이름 아래는 호날두의 등 번호이자 아이가 선택한 숫자 7이 대문짝만하게 번쩍거렸다. 호날두의 나라 포르투갈 여행 기념으로 사 온 선물이었다.

황홀한 선물을 받고는 낡을까 아까워 특별한 날만 아이에게 입혔다. 놀이공원에 가거나, 가족 여행을 가거나, 근사한 식당에 외식을 갈 때만 허락했다. 휴대폰 속에는 호날두라고 적힌 빨간 티셔츠를 입은 아이 사진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대망의 K리그와 유벤투스 친선경기 날 티셔츠를 입은 아이와 티브이 앞에 앉았다. 아이 얼굴에는 티셔츠 가게에서 끼워줬다는 호날두 종이 가면까지 걸렸다. 작년에는 메시가 속했던 아르헨티나 팀 축구복을 입었지만 티셔츠와 함께 ”우리 형”이 된 호날두를 둘이 함께 연호했다. 전반전, 벤치에 앉은 호날두를 카메라로 비출 때 티브이 화면 속 ”우리 형”옆에서 기념 촬영도 했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우주 대스타니까 후반전에 나오겠지”“암,암 그렇고말고”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목이 빠지게 출전을 기다렸다. 3대3으로 종료 휘슬이 울렸다. 연장전에 나오려나? 거실에서 두 모자가 동요하는 사이 호날두는 유유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 티셔츠 갖다버려요” 아이는 티셔츠를 훌렁 벗어 패대기쳤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무 때나 막 입힐 걸. 아끼다 똥 됐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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