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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9 18:54 수정 : 2019.10.09 20:59

박미향 ESC 팀장이 보낸 응원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 이정연 기자

헐~

박미향 ESC 팀장이 보낸 응원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 이정연 기자
그날이 왔다. 9월8일 2019 퀴어여성게임즈, 대망의 날. 무슨 이야기냐 싶은 독자들을 위해 짧게 설명을 하자면, 나는 지난 8월22일치 ‘헐~’에서 퀴어·여성이 모여 성 평등한 스포츠를 하는 퀴어여성게임즈의 이어달리기 종목에 참가하기로 한 사실을 밝혔었다. 그런데 분명히 재미로 시작했는데, 일이 자꾸 커졌다. 응원 플래카드를 경기장에 보내겠다고 공언한(‘헐~’에 밝히는 바람에 졸지에 공언한 셈이 됐지만) 박미향 팀장은 끝끝내 과업을 완수하고야 말았다. 플래카드 접수 마감 당일, 아마도 맨 마지막으로 접수된 플래카드이리라.

9월8일 아침 10시30분, 경기장인 서울 강서구 ‘KBS 제2체육관’에 들어섰다. 팀원 모두가 다니는 체육관의 이름을 팀의 이름으로 정했다. ‘팀 파워존’. “꼭 1등을 해야 한다”고 압박을 주는 관장님의 얼굴이 자꾸 어른거렸다. 고맙게도 체육관의 다른 회원들은 응원까지 와줬다. 그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몸을 풀었다.

그러다 저 멀리 보이는 나의 이름 세 글자. ‘나는 달린다, 고로 존재한다! 거북 이정연’ 박미향 팀장과 ESC의 편집 디자이너가 합심해 만든 응원 플래카드였다. 정말 고마웠다. 그런데 그 ‘거북’이 마음에 걸렸다. 다른 뜻일까 했는데, 이름 뒤에 거북이 그림까지 넣었다. 왜 하필 거북이지? 거북이처럼 너무 늦게 뛰면 ‘죽여 버린다’는 건가? 어떡하지? 머리가 복잡해지는 찰나 예선 1차전 경기가 시작됐다. 접전과 추월 끝에 1등을 했다. 환희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환희는 짧았다. 예선 2차전 3등으로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그 응원 플래카드가. 혹시 내년에도 출전한다면 다른 문구를 부탁해 봐야겠다. ‘번개 이정연’ 같은? 여성과 성 소수자가 한 데 모여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고 스포츠를 즐기는 건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어서 내년에도 대회가 열린다면 또 출전할 가능성은 아주 크다. 퀴어여성게임즈 조직위원회는 꼭 내년에도 경기를 열어줬으면 좋겠다. 제발!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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