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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3 16:28 수정 : 2007.05.25 11:47

김영선 피디.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 김영선 피디

이슈메이커들에게 들이대라! ‘단박 인터뷰’ 김영선 진행 프로듀서

5월1일부터 <한국방송>에서 시작한 <단박 인터뷰>는 15분짜리 짧은 프로그램이지만 방송 인터뷰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다. “(재보선) 당선 후유증을 어떻게 풀거냐?”는 물음에 “말 한마디 하기 무섭다”고 불편해하는 김홍업 의원(1회)의 표정이 생생히 보이고, “한나라당(의 갈등구도)을 보는 심경이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 흐르는 침묵(손학규 전 경기도지사편)에는 ‘침묵했다’라는 지면의 활자가 옮길 수 없는 묘한 공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세계 챔피언을 무너뜨린 ‘한국 수영의 희망’이 버벅대는 말투로 “아, 그게, 음, 부끄럼이 많아서”라고 연신 다른 곳을 두리번거리며 아이처럼 수줍음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박태환편)은 어떤가?

“제가 들이대는 건 잘해요”
<단박 인터뷰>는 이슈 생산꾼들의 ‘준비된 말’과 정리된 요약본만 접하던 시청자나 신문 독자들에게 인터뷰를 ‘보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 즐거움에는 답변자의 당황하고 못마땅해하며 때로는 귀찮아하는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마이크를 들이밀며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는 진행자의 모습도 들어있다. “제가 원래 들이대는 건 잘해요.(웃음) 하지만 저보다 나이도 한참 많은 어른들에게 ‘대놓고 까는’ 질문을 하는 건 쉽지 않죠. 우리 정서상 거부감을 주기도 쉽고요.” 올해로 10년차인 김영선(33) 프로듀서가 이 프로그램의 ‘간 큰’ 진행자다. 지금까지 8명을 인터뷰한 이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은 6%. 팀내에서는 아직 조바심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인터뷰 프로그램 시청률이 3~4%를 깨지 못한 데 견주면 일찍 안착한 셈이다. “인물을 많이 타는지라” 8회 주인공이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우 10%까지 올라갔다.

김영선 피디. 박미향 기자
“처음 일할 때부터 이상하게 출연할 일이 많았어요. 지난해 <시사투나잇>에서 국회 출입을 하면서 인터뷰를 많이 했던 게 큰 도움이 됐죠. 그래도 아직 지적을 많이 받아요. 초반에는 너무 많이 웃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습관이 돼서 잘 안 고쳐지네요.” 현장성을 중요시하는 프로 특성상 그는 인물들이 움직이는 거리에서 먼저 만난다. 김홍업 의원이나 이명박 전 시장처럼 인터뷰 약속을 잡을 수 없었던 인물에게는 ‘찾아가겠다’는 말만하고 현장 섭외를 통해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했다. “현장성을 강조하는 게 단지 인터뷰의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만은 아니에요. 이슈 메이커일수록 인터뷰 섭외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직접 가서 밀어붙여야 성사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피디 저널리즘과 기자 저널리즘이 다르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이럴 때는 기자세계에 끼어있지 않은 게 편하기도 하다. “이명박 전 시장 인터뷰 때 차에서 내리는 걸 우리 팀만 잡았어요. 출입기자들끼리는 서로 잘 아니까 취재현장이 복잡해지지 않게 사전 약속을 한 거예요. 사실 저희가 멋도 모르고 이 룰을 깬 거죠.(웃음)”

다시 안볼 생각하고 인터뷰하라?
솔직함과 자연스러움을 핵심요소로 꼽다보니 웃지 못할 일도 종종 벌어진다. “홍준표 의원 인터뷰 때 정치 관련 질문이 끝나고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이야기를 꺼냈어요. 두 여자 사이에 낀 남자 주인공(김상중) 이름이 홍준표잖아요. 우스개 삼아 꺼낸 건데 너무 정색하고 화를 내시는 거예요. 의원실에서 김수현 작가한테 항의전화까지 했다고요. 드라마인데 사람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겠어요? 그랬더니 그 주인공 이름이 정동영이나 이명박이면 어떻겠냐고 다시 언성을 높이시더라고요. 100회 특집에서 재미있는 취재 뒷이야기로 넣을까 생각 중이에요.”

캐나다로 전지훈련 떠나던 날, 집을 나오는 김연아를 만나 인터뷰를 하는 김영선 피디. KBS 제공.

<추적 60분> <뉴스투데이> <시사투나잇> 등 시사 프로그램에서만 잔뼈가 굵었지만 대학 때 그의 꿈은 드라마 프로듀서였다. “들어와서 드라마 피디들 일하는 거 보니까 왜 여자를 안 뽑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래도 치기 같은 게 남아 있어서인지 교양제작국 선배들이 술마시며 <추적 60분>은 여자 피디를 받은 적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지원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시사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뉴스투데이>를 하면서 날것 그대로의 현장이 주는 재미를 알게 된거죠.” 인터뷰 진행은 그에게 새로운 모험이다. 불편한 질문을 하는 건 여전히 그에게도 불편하지만 그럴때마다 “인터뷰할 때 그 사람과의 관계를 신경쓰지 말고 다시 안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라”는 한 선배의 충고를 되새긴다. 그가 개인적으로 인터뷰해 보고 싶은 인물은 도올 김용옥과 극작가 김수현. 정치의 계절이니만큼 당분간은 이 프로그램에서 정치인을 많이 볼 것 같지만 말이다.

<단박 인터뷰>는 꼭 마지막 질문을 ‘좋아하는 노래’를 묻는 것으로 끝난다. 총연출자가 이 제안을 했을 때 그도 긴가민가했지만 유시민 의원(2회)이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라고 트로트 <무조건>을 부르는 걸 보면서 이 질문이 주는 120%의 효과를 깨달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그의 18번은? “이 질문 나올 줄 알았어요.(웃음) 이소라의 노래를 좋아하는데 노래방 가본 지가 천년은 된 거 같네요. 시키지는 말아주세요!”

글 김은형 기자 dmsgu@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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