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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5 16:55 수정 : 2007.05.25 17:15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앗, 이거 잘못 나왔다!”

누군가 깜짝 놀라 외칩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무슨 실수기에 …. 신문이건 잡지건, 막 인쇄돼 나온 ‘물건’을 살펴볼 땐 언제나 간이 콩알만해집니다. 지난주에도 그랬습니다. 첫호가 나온 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뒤적거렸습니다. 다행히도 누군가의 외침은 착각이었습니다. 1면 만화 때문이었는데, 슈퍼맨이 화장실에서 놀라 팬티를 안으로 입을 뻔했다는 유머를 잘못 이해해서 생긴 일입니다. 슈퍼맨은 팬티를 바지 밖에 입지요. 아, 낭심 보호대라고요?

창간호를 만들면서 내심 목표로 삼은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불량률 제로’입니다. 십여 년 전 어느 잡지를 창간할 때가 떠올랐습니다. 제목 글자가 도망가고, 본문 귀퉁이가 훌쩍 날아가고 …. 이번에는 그러지 말자고 결심했습니다. 내용만큼 형식 면에서 완성도를 꾀하고 싶었습니다. 콩알만한 만족은 합니다.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실수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음이 불편합니다. 수도권 독자들이 본 의 사진들이 우중충했던 탓입니다. 제작시간의 절대 부족으로 색감을 보정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늦게나마 지방판 독자들을 위해 사진을 손봤습니다만, 얼마나 만족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두번째 호를 발행합니다. 이번호에선 두 가지 칼럼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먼저 ‘예종석의 맛있는 집’(7면)입니다. 이번주는 일본의 초밥집입니다. 국내외 맛집을 매주 번갈아가며 소개합니다. 외국 음식점에 관한 기사가 고정으로 실리는 건 <한겨레> 창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다음은 방송인 김어준씨의 ‘그까이꺼 아나토미’(8면)입니다. 그의 카운슬링은 읽는 이의 가슴을 통쾌하게 뚫어줍니다. 갑자기 바지 밖으로 팬티를 입은 슈퍼맨이 연상됩니다. 누군가 고민에 빠지면, 짠 하고 날아와 그 고민을 해부해 주는 웃기는 슈퍼맨. 그까이꺼 다 해부해! ‘슈퍼맨 아나토미’라 할까요?

고경태/<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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