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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앞다리살스테이크는 버터가 부드러운 식감을 만든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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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요리
지방 적고 저렴한 한우 부위 관심…버터 곁들여 구우면 “안심스테이크 맛 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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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앞다리살스테이크는 버터가 부드러운 식감을 만든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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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 자글자글. 한우 굽는 소리가 아담한 요리스튜디오에 퍼졌다. 하얀 벽에는 고소한 향이 그림을 그렸다. “먹음직스러워 보여요.” 박현우씨는 침을 꼴깍 삼켰다. 지난달 30일, 요리연구가 오현화(35)씨의 쿠킹 스튜디오 ‘올리브 스타일링’에는 4명의 청년이 모였다. 이들은 ‘위너셰프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예비 외식창업자들이다.
‘위너셰프 프로젝트’는 음식칼럼니스트 유지상(56)씨가 총괄을 맡은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다. 식당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영업 공간과 기물 등을 6개월간 무상으로 제공해 미리 외식 현장을 체험하게 한다. 요리연구가 박종숙씨, 중식요리사 여경래씨, 경기대 김기영 교수 등이 멘토로 참여한다.
이날 올리브 스타일링에 모인 박현우(34)·국건호(26)·김동년(29)·김천유(26)씨는 5 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뽑힌 위너셰프 프로젝트 1기생들 중 일부다. 오는 4월 말, 1기생으로 뽑힌 5개 팀, 10명의 청년이 식당을 열 예정이다. 한식도시락전문점, 스페인음식전문점, 파스타전문점, 국밥집 등을 준비하는 이들이 모인 이유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주목받는 한우 부위를 맛보기 위해서다. 유지상씨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제안을 받고 이날 행사를 준비했다.
“자, 이제 한우를 뒤집을게요. 색을 확인해보세요.” 200℃로 달궈진 팬에서 노릇노릇 익은 한우를 오씨가 뒤집자 국건호씨가 “음, 향이 참 좋은데요” 하며 웃는다. 맛볼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오씨가 이날 조리한 한우 부위는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안심이나 등심이 아니다. 그가 선택한 부위는 앞다리살과 보섭살, 삼각살이었다. 고기 마니아들도 생소한 부위다.
이들 부위는 지방이 적어 마블링(근내지방)이 꽉꽉 박힌 안심이나 등심보다 칼로리가 적다. 앞다리살은 ‘꾸리살’, ‘앞다리살’, ‘부채덮개살’, ‘갈비덧살’, ‘부채살’로 부위가 나뉘는데 최근 들어 안심, 등심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앞다리살이 주목받고 있다. 보섭살과 삼각살은 소의 뒷다리 위쪽 부위로 앞다리살과 마찬가지로 지방이 적다.
‘예비 외식창업자’ 청년들 모여
생소한 한우 부위 구워 시식
“부담 없는 스테이크” 호평
한우구이 소비 다양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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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르는 게 한우 앞다리살스테이크의 비법.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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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태 경상대 축산학과 교수는 “앞다리살 등은 지방이 적어 고기 특유의 육향을 즐기기에 좋은 부위”라며 “영양 성분이 등심이나 안심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안심·등심처럼 그냥 구워 먹기보다는 버터를 곁들여 굽거나 샤브샤브로 익혀 먹어야 제맛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한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노트를 들고 촘촘히 조리법을 적는 국건호씨를 향해 오씨는 “고기를 팬에 올리기 전에 식용유 넣은 것을 기억하는지” 확인했다. “조리 중간에 추가로 넣는 것이 또 있어요. 안심스테이크 같은 맛을 내는 방법이죠.”
오씨는 이날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스테이크와는 조리법이 달랐다. 오씨는 뒤집은 고깃덩어리에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버터를 올렸다. “구울 때 버터를 활용하면 육즙 유출을 방지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어요.” 그가 말한 ‘안심스테이크 같은 맛을 내는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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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어 구수한 한우 앞다리살.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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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구열에 불타는 예비 창업자들은 연신 질문을 던졌다. 국건호씨가 “팬 온도를 재고 고기를 넣어야 되는 거죠? 온도계 같은 게 없으면 어떻게 해요?” 오씨는 웃으면서 간편한 방법을 알려줬다. “자 이렇게 해보세요.” 그가 다른 팬을 불판에 올리고 시범을 보였다. 기름을 두르고 난 다음 몇분 뒤 소금을 손가락으로 집어 뿌렸다. “소금이 톡톡 튀어오르면 온도가 적당한 겁니다.” 박현우씨는 “버터를 어느 정도 올리느냐”고 물었다. “7그램 정도입니다. 버터는 풍미 때문에도 넣어요, 고소한 향이 나죠.”
오씨는 시식에 앞서 “이런 식의 조리법은 매우 간편한 방법”이라며 “후추, 소금, 식용유, 고기만 있으면 누구나 조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드디어 시식 시간이 왔다. 오씨가 “맛있겠죠?”라고 분위기를 돋우며 칼을 들어 자르기 시작했다. 한동안 쩝쩝 고기 씹는 소리만 울려퍼진다. 미디엄 레어로 익힌 앞다리살, 미디엄 웰던으로 구운 보섭살과 삼각살의 풍미가 청년들을 사로잡았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오씨가 고기를 계속 잘라내는데도 접시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청년들은 앞다리살이 제공하는 모든 맛의 풍미를 한껏 음미했다. 날카로운 맛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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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셰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요리연구가 오현화씨가 굽고 있는 앞다리살스테이크를 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현우·국건호·요리연구가 오현화·김천유·김동년·‘위너셰프 프로젝트’ 총괄인 유지상씨.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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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씨는 “평소 먹었던 안심스테이크와는 다르지만, 가성비가 매우 좋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혼자 살 때 라면이 지겨울 때 있었어요. 가격도 저렴하니 하얀 밥에 앞다리살 올리고 쌈을 싸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국건호씨는 “조금 질긴 감은 있지만 맛의 거부감은 없다”고 평했다. “숙성을 좀더 하면 더 맛있을 거 같아요.” 김동년씨도 거들었다. 김천유씨가 마지막 평가를 했다. “소중한 여자친구와는 안심을, 친한 동년배 친구들과는 앞다리살, 보섭살을 양껏 먹을 거 같아요.” 실용적인 판단이었다.
한우 한마리를 도축하면 고기가 무려 39개 부위로 나뉜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주로 마블링이 자르르 흐르는 안심과 등심을 선호했다. 경제가 불황의 조짐을 보이고, 가성비가 소비 트렌드인 시대에 100g에 8000~1만원대인 등심이나 안심의 가격은 부담스럽다. 앞다리살은 대략 40~60% 싸다. 한우 농가의 처지에서도 소량 나오는 안심, 등심만 팔리고 다른 부위는 외면받는 현실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이제 한우 구이 소비 문화도 안심, 등심 위주가 아닌 앞다리살, 보섭살 간편 조리식 등으로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앞다리살 스테이크 조리법
요리연구가 오현화씨가 알려주는 한우 앞다리살, 보섭살, 삼각살 스테이크 만드는 법
재료: 앞다리살 170g, 보섭살과 삼각살은 각각 80g, 식용유나 현미유 적당량, 버터와 소금·후추 적당량
만들기: 1 냉장고에서 꺼낸 고기를 상온에서 20분 정도 둔다. 2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다. 팬을 달군다. 3 팬의 온도가 올라가는 동안 고기에 소금, 후추를 뿌려 밑간을 한다. 4 200℃로 달궈진 팬에 고기를 올리고 한쪽 면을 먼저 익힌다. 2~3분 정도 걸린다. 5 반 정도 익으면 고기를 뒤집는다. 6 뒤집은 고기에 버터를 올리고 문지른다. 다시 뒤집어서 버터가 고기에 퍼지도록 한다. 7 다시 고기를 뒤집는다. 도마에 올리고 1분간 레스팅(가운데에 몰린 수분 등이 퍼지는 과정)을 한다.
기호에 따라 마늘, 양파, 버섯, 로즈메리 등을 고기 구울 때 곁들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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