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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암에서 볼더링을 즐기는 사람들. <사람과 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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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동해안
동해안에서 해수욕은 이제 옛말
스케이트보드·볼더링·서핑·캠핑 등 인기
최근 동해안 자전거길 열려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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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암에서 볼더링을 즐기는 사람들. <사람과 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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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서 스노클링이나 스쿠버다이빙은 이제 고전이 됐다. 훌쩍 떠난 동해안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조금 더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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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응원하는 볼더링과 스케이트보드
동해안에서 클라이밍과 볼더링(줄 없이 바위를 오르는 레저)을 즐기는 사람도 조금씩 늘고 있다. 클라이밍은 높은 암벽이나 인공 벽을 오르는 스포츠이다. 볼더링은 클라이밍의 기술을 이용해 낮은 바위를 맨몸으로 오르는 레저다. 바다에 인접한 동네에서 암벽 등반이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 지역에서 암벽 등반 인구가 느는 이유는 볼더링 하기 더없이 좋은 죽도암(양양군 현남면 새나루길 26)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과 견줘 죽도암은 오르는 동안 눈앞에서 파도가 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군락을 이뤄 등반하는 재미도 크다.
최근 스케이트보드 문화도 양양에 퍼지는 추세라고 한다.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볼 파크를 설치한 카페나 숍이 조금씩 늘고 있다. 지난 4월, 양양군은 1000㎡ 규모의 볼 파크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사업안을 발표했다. 서핑 해변 ‘서피비치’를 운영하는 장민준 이사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 중에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이 많다. 곧 스케이트보드 볼 파크를 서피비치 내에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케이트보드는 차가운 아스팔트 도시에서 즐기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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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암에서 볼더링을 즐기는 사람들. <사람과 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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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을 밟을수록 다가오는 바닷바람
바다를 보며 달리는 자전거 여행은 특별하다. 흐르는 땀을 바닷바람이 씻겨준다. 지난 6월17일, 행정안전부는 동해시 망상해변에서 강릉시 옥계역까지 끊겨 있던 자전거길 3.8㎞를 연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길이 연결돼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삼척시 고포마을까지 이르는 총 242㎞ 강원도 자전거길이 완전히 개통했다. 동해안 자전거 길은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게 특징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옆으로 동호해변, 경포해변 등을 지나간다. 고성의 송지호를 지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금세 양양의 낙산사가 나타난다. 낙산사에서 출발해 동호해변을 지나 서피비치까지 가는 약 15㎞ 구간도 찾는 이들이 많다. 종주보다는 쉬엄쉬엄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이 선택한다.
조용하고 울창한 고성의 호수 송지호에서는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 1시간 내외로 탈 수 있다. 신분증만 제시하면 대여가 가능하다. 송지호를 한 바퀴 도는 데 30분 정도가 걸린다. 천천히 경치를 즐기면서 자전거를 타기 좋다. 바다와 호수, 소나무 숲길이 지척에 붙어 있는 아름다운 고성의 호수 화진포에서도 무료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다. 화진포해양박물관에서 출발해 호수를 다 도는 데 45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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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호를 끼고 한 바퀴 돌 수 있는 자전거 코스. 손기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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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당 한 파도, 서핑
강원도 양양에서는 서핑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게 더 어렵다. 지난 몇 년간 서핑 인구가 늘면서 죽도해변과 인구해변에만 서핑 숍이 60여개가 넘는다. 동해안 일대에 늘어난 서핑 숍의 개수만큼 스타일도 다양하다. 여행자는 친목이 목적인지, 편리한 게 좋은지, 서핑 문화와 정신에 흠뻑 빠지고 싶은지를 따져 고르면 된다.
7월 말부터 8월 초, 여름 휴가철은 서핑을 즐기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다. 파도가 높게 일렁이지 않는다. 서퍼들은 ‘장판 때기’ 파도가 들어오는 때라고 말한다. 이 시기에 강습을 듣는 초보자는 강사가 보드를 밀어 바다로 나아가는 체험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초보자는 이것조차 신기하고 재밌다. 실력을 닦아 서핑하기 가장 좋은 때는 8월말부터 9월께다. 이때는 피서객도 많지 않아 여유롭다. 1한 명당 한 파도’(one surfer one wave)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핑은 여유롭게 즐겨야 재밌다. 서핑 숍 ‘서프클럽 젯시티’ 박부근(46) 대표는 “보통 바다 위를 보드로 달리는 사람이 20명을 넘으면 파도를 타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휴가철엔 그 수가 훌쩍 넘는다.
양양이 서핑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깨끗한 바닷물과 서핑하기에 적합한 파도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인구해변과 죽도해변은 ‘핫 플레이스’로 인기가 많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다. 이 해변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동호해변이 나타나는데, 가족 단위의 서퍼들이 많이 찾는다. 중장년층의 옛 기억 속 동해안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다. 초보자가 즐기기에 적합하다. 하조대해변도 비슷한 조건을 갖췄다. 박 대표는 “이들 해변은 모양과 위치가 좀 달라서 파도의 높이도 다르다. 이 점도 해변을 고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듯하다”라고 말한다.
동호해변은 1자로 뻗은 형태이고, 인구해변과 죽도해변은 둥근 모양의 해변이다. 하지만 날씨에 따라 파도는 매번 다른 얼굴을 한다. 서퍼들이 ‘파도 유목민’ 생활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파도가 높게 출렁이는 날, 동호해변처럼 곧게 쭉 뻗는 해변은 실속 없이 거품만 밀려든다. 그때 서퍼들은 인구해변이나 죽도해변을 찾는다. 서핑은 하루아침에 실력이 느는 레저 스포츠는 아니다. 서핑에 빠진 사람들이 주말마다 양양을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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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시작되는 서핑 해변 ‘서피비치’의 파티. 서피비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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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에서 물맛, 파도 맛을 제대로 본 사람 중에는 서핑 때문에 인생을 바꾼 이들도 많다.” 박 대표의 고백이다. 그들 중에 박 대표도 있다. “금요일 밤 퇴근과 동시에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 양양에 갔다가, 일요일 밤 서울로 향했다. 다음날 충혈된 눈으로 근무해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서프보드를 차에 실었다. 딱딱한 조직 생활을 하다 맛본 서핑의 자유로움이 좋아 아예 서핑 숍을 열었다.” 회사원 유장한(30)씨는 5년째 서핑에 빠져 있다. 서퍼들끼리 둘러앉아 보내는 시간도 소중하다. 근처 펍에서 맥주 한잔 마시거나 서핑 해변 ‘서피비치’에서 새벽까지 벌어지는 디제이(DJ) 공연과 파티도 신났다. 그곳에서 춤을 추면 세상 고민이 단박에 옅어졌다.
서핑이라고 해서 장비 걱정부터 하는 이가 있다. 준비물은 여벌의 속옷 정도면 된다. 웨트슈트부터 서프보드까지 모두 대여할 수 있다. 1시간 기초 강습에 강습료는 5~7만원 정도. 서피비치에서는 기초 클래스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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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을 선물하는 캠핑
동해안을 자주 찾은 이들은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이용료가 종종 부담될 때가 있다. 이때 레저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숙박이 캠핑이다. 다른 여행지와 달리 동해안 캠핑은 바다 앞에 둥지를 트고 잔잔한 파도와 하나가 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다. 파도 소리가 더 잘 들리는 밤이면 해변에 친 텐트가 근사한 호텔 부럽지 않다. 빼꼼히 텐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하늘에 뜬 수천개의 별이 인사한다. 먼 이국의 땅에 온 것처럼 신비롭다. 동해안 해변 캠핑만의 매력이다. 서퍼들도 캠핑을 선호한다.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바로 파도를 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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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트레일러에서 숙박할 수 있는 ‘하조대 캠핑카’의 저녁 모습. 서피비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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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장비를 구비하는 게 번거로운 이들은 양양군이 위탁 운영하는 ‘지경국민여가캠핑장’, ‘낙산해변야영장’, ‘등산포캠핑장’, ‘하늘캠핑장’이나 사설 캠핑장을 이용하면 된다. 양양군에는 오토캠핑장 여덟 군데를 포함한 캠핑장이 31군데가 있다. 대부분 해변 근처 솔밭에 자리 잡고 있어 캠핑과 서핑, 해수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해변에 세워둔 캠핑 트레일러를 빌려 숙소로 이용해도 좋다. 취향에 따라 텐트보다 트레일러를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7년 전 문 연 ‘하조대 캠핑카’는 미국 캠핑 트레일러 ‘코치맨’을 13대 비치한 캠핑장이다.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서피비치에서도 가깝다. 죽도해변 인근에 있는 ‘죽도 오토캠핑장’에도 카라반 17대가 마련돼 있다.
양양·고성(강원도)/글·사진 손기은 객원기자 kieun.son@gmail.com, 사진 제공 서피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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