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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9 21:26 수정 : 2019.10.09 21:34

‘비건&크루얼티 프리’ 비누 브랜드 퐁(fxng)의 제품들. 사진 퐁 제공

라이프

친환경 생활용품으로 주목받는 비누
다채로운 향기와 색 입은 비누 fxng
설거지할 때는? 동구밭비누!
천연 식물 세제 ‘소프넛’은 전천후

‘비건&크루얼티 프리’ 비누 브랜드 퐁(fxng)의 제품들. 사진 퐁 제공
욕실과 주방을 둘러본다. 화장품을 제외한 오직 ‘세척용’ 제품만을 꼽는다. 클렌징 오일, 클렌징 워터, 클렌징폼, 샴푸, 린스, 컨디셔너, 보디 워시(몸 세척용 액체 세제), 주방 액체 세제, 채소 세척용 가루 세제, 찌든 기름 제거용 액체 세제. 주방과 욕실에서 쓰는 세척용 제품만 10가지다. 환경오염을 마음먹고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느새 플라스틱 쓰레기를 쉼없이 뿜어내며 자신도 모르게 오염물을 배출하는 삶을 사는 줄 모르고, 그저 살아가고 있을 뿐. 그러다 언젠가부터 거의 쓰지 않던 게 눈에 들어왔다. 바로, 비누다!

지난 7월이었다. 제주의 한 숙소를 찾았다. 욕실에 단 하나의 세제가 있었다. 비누였다. 비누 하나로 세수하고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다. 어색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액체 세제가 즐비한 욕실과 다르다. 비누가 다시 보였다. 손을 씻을 때나 쓰는 비누였는데, 어느새 다양한 쓰임새가 담긴 비누가 우리 삶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비누들, 겉모양뿐만 아니라 담긴 가치까지 아름답다.

알록달록한 향긋함에 빠지다

‘판매 완료’. 4번을 시도했다. 이 비누를 써보려면 재빨라야 한다. ‘fxng’(퐁)이라는 비누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다. 매번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해, ‘품절’이 뜨면 다시 살 수 없다. 퐁이 더 궁금해져 박현아 대표를 찾았다.

퐁. 비누 브랜드에 꼭 맞춤인 발음의 이름이다. 타이어로 ‘fxng’은 ‘거품’을 뜻한다. 이름도 재치가 넘치지만, 비누를 실제 보고 만져보면 그 매력에 웃음 짓게 된다. ‘알록달록하다’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솝 메이커(비누 만드는 사람)인 이나리씨가 여행했던 곳의 풍경이나 감명 깊게 본 영화나 인상 깊게 들었던 노래 가사에서 주로 영감을 얻어 만든다고 한다. 비누를 보면 여러 가지로 상상, 해석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이나리씨 디자인의 목표이기도 하다.” 퐁의 제품 이미지가 한 데 모여 있는 인스타그램을 보면, 박현아 대표의 설명이 더욱 와 닿는다. 비누 ‘돌고래자리’에 돌고래는 없지만, 돌고래가 뛰노는 제주 바다 어딘가를 닮았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퐁은 겉모습만 독특한 게 아니다. 박현아 대표는 “퐁의 모든 제품은 시피공법(Cold Process·저온법)으로 만들어서 피부에 좋은 유효 성분의 변형이 작고, 보습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물성 기름의 글리세린이 그대로 남아 있어 비누로 씻고 난 뒤에도 촉촉함이 오래 남는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놓칠 수 없는 건, 퐁의 비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분 좋은 향기들이다. “거품을 내 사용하면 피부와 호흡기로 허브나 꽃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이 흡수되면서 아로마세러피 작용을 한다. 비누마다 각기 다른 에센셜 오일이 배합돼, 때에 따라 필요한 비누를 골라 쓰면 좋다. 자기 전에는 진정과 숙면에 도움을 주는 라벤더나 로즈 앱솔루트를 함유한 비누를 추천한다”고 박 대표는 덧붙였다.

비건&크루얼티 프리 비누 브랜드 퐁(fxng)의 제품 중 Esperanza. 사진 퐁 제공
머리카락과 몸, 얼굴을 씻을 때 퐁 비누 하나면 된다. 그만큼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점. 퐁은 동물 실험과 동물성 원료 사용을 100% 배제하는 ‘비건&크루얼티(Cruelty) 프리’를 지향한다. 박현아 대표는 “사업을 준비하는 중에 유기견을 입양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졌고, 채식주의를 실천하게 됐다. 나아가 퐁이 지향할 목표에도 적용하게 됐다. 재료의 단가가 올라가고 공정이 까다로워지지만, 우리가 더는 모른 체할 수 없는 환경 이슈를 이나리씨와 논의하다 보니 비건 제품 생산이 옳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방에서도 비누를 쓴다고?

주방에서 비누를 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올바른 설거지 워싱바’라는 생소한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코코넛유, 가성소다, 소금과 흑설탕, 레몬 오일 등으로 만든 비누다. 이 비누를 만드는 소셜 벤처 ‘동구밭’ 노순호 대표는 “린스, 샴푸, 미용 비누 등도 생산하는데, ‘올바른 설거지 워싱바’는 재구매율이 높은 제품 중에 하나다”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동구밭은 일반 소비자에게 비누를 팔기도 하지만, 오이엠(OEM·주문자 상표 부탁 생산)과 오디엠(ODM·생산자 개발 생산)으로 기업 등에 비누를 납품한다.

소셜 벤처 동구밭의 플라스틱 프리 올바른 설거지 워싱바. 사진 동구밭 제공
동구밭은 ‘소셜 벤처’다. 소셜 벤처는 사회의 여러 문제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풀어가는 기업을 일컫는다.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문제 해결에 나선 기업으로, 20여명의 장애인이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노순호 대표는 강조한다. 단지 장애인이 만든 비누여서가 아니라, 제품력으로 개인과 기업 소비자에게 품질로 인정받고 있는 비누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소비자들과 기업은 동구밭의 제품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워커힐 그랜드와 워커힐 비스타는 전 객실에 동구밭의 비누를 비치하고 있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도 납품 중이다. 노 대표는 “최근 호텔업계에서도 ‘플라스틱 프리’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아직은 호텔 대부분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욕실용품을 객실에 비치한다. 이걸 비누로 전환하면 상당히 많은 양의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소셜 벤처 동구밭의 샴푸바와 린스바. 사진 동구밭 제공
동구밭의 디자인도 눈에 띈다. 제품, 포장부터 홈페이지까지 단순하면서도 세련됐다. 노 대표는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 중 하나가 ‘요즘 누가 비누를 쓰나’라는 거다. 아무래도 오래된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여기에 장애인 고용을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분이 많기는 하지만, 또 다른 편견이 있다. 감정에 호소하는 기업이겠거니, 제품은 별로이겠거니 하는 편견 말이다. 그런 부분을 정면 돌파하고 싶어서 앞선 디자인과 감각으로 소비자의 필요에 맞는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소프넛? 이 열매 참 신통하네

‘플라스틱 프리’한 삶을 살아간다는 건 아직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라 여겼다. 이런 선입견을 깨는 천연 세제가 등장했다. 그 이름은 ‘소프넛’(Soap nut)이다. 소프베리(Soap berry)로 불리기도 한다. 비누와 열매를 더한 말이다. “면 주머니에 소프넛을 넣고 묶은 뒤 세탁기에 넣어 함께 돌리면 된다.” 직장인 고선영(36)씨는 소프넛을 1년 넘게 세탁 세제로 쓰고 있다. 그런데 소프넛을 알면 알수록 신통하다. 2011년부터 소프넛 등 친환경 생활용품을 선보이고 있는 생활 솔루션 브랜드 ‘프레시버블’의 도움을 받아 기자가 소프넛을 직접 사용해 봤다.

천연 계면활성 성분이 들어 있어 천연 세제로 쓸 수 있는 소프넛. 사진 프레시버블 제공
기자가 받아 본 제품은 ‘유기농 소프넛 친환경 살림 세트’다. 제품을 받아 보기 전 소프넛 이용 후기를 보니, 겁이 조금 났다. 소프넛을 끓어야 한다고 하고, 물에 담가 둬야 한다고도 하고…. 역시나 친환경적인 삶은 단순하지가 않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받아든 제품의 안내 글을 보니 복잡할 건 없었다. 가장 간단한 쓰임새는 세탁 세제로 쓰는 것이다. 드럼 세탁기에 세탁물과 함께 소프넛 6개를 넣은 면 주머니를 넣으면 끝이다. 제품 안내서엔 1㎏당 3분의 2개의 소프넛을 넣으면 된다고 쓰여 있었다. 반가운 건 섬유유연제를 따로 넣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무슨 원리인 걸까? 프레시버블 쪽은 이렇게 설명한다. “소프넛은 겉껍질에 함유된 사포닌류 천연계면활성 성분이 풍부하게 녹아 나오는 천연 세제 열매다. 사포닌 자체의 약산성 성분이 섬유를 부드럽게 유지해줘 별도의 유연제를 쓸 필요가 없다.”

소프넛으로 세탁할 때는 면 주머니에 넣어 빨랫감과 함께 돌리면 된다. 사진 프레시버블 제공
신통방통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간단한 방법으로 액상 다용도 세정제를 만들어 써도 된다. 설거지를 할 수도 있고, 샴푸로 쓸 수도 있다.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끓여 만들 수 있다. 물 1.5ℓ에 소프넛 열매를 면 주머니에 20개 정도 넣어 묶은 뒤 함께 끓인다. 맨 처음에는 센 불로 끓이고, 물이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바꾼 뒤 3~4번 저으면서 30분가량 더 끓인다. 불을 끄고 식힌 뒤 소프넛이 담긴 면 주머니를 건져 내고, 끓인 물을 병에 담는다. 불을 쓰지 않고, 병에 물과 소프넛을 담은 주머니를 넣어 흔들어 세정제를 만들 수도 있다. 다 쓴 소프넛은 섬유질 풍부한 퇴비로 쓸 수 있다.

소프넛으로 반려동물을 씻길 수도 있다. 사진 프레시버블 제공
소프넛으로 세탁을 마치고 빨랫감을 꺼내 향을 맡아 봤다. 소프넛 향만 맡았을 때는 특유의 시큼한 향이 진했는데, 빨랫감에서는 그 향이 옅었다. 건조까지 한 뒤에는 향이 거의 남지 않았다. 내친김에 유리병에 물과 소프넛을 넣어 흔들어 만든 다용도 세정제로 설거지를 해봤다. 일반 액체 세제만큼 풍성한 거품은 나지 않지만, 세정력은 못지않았다. 미끄덩한 거품을 여러 번 씻어낼 필요도 없다. 소프넛, 플라스틱 프리의 녹색 삶을 지향한다면 꼭 시도해 볼 만한 참 고마운 열매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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