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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7 09:19 수정 : 2019.11.07 20:43

지난달 17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 ‘신선대’ 주변 기암 위에 선 여행객. 건너편 봉우리가 울산바위. 김선식 기자

여행

울산바위, 속초, 동해 보이는 ‘신선대’
최대 석호 화진포와 해변은 ‘응봉’에서
한 시간 안팎 오르면 절경 한눈에 담는
무척 차분하고 잔잔한 강원 고성 여행

지난달 17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 ‘신선대’ 주변 기암 위에 선 여행객. 건너편 봉우리가 울산바위. 김선식 기자

강원도 인제와 고성의 경계, 미시령을 지나는 도로에선 번쩍이는 풍광을 만난다. 설악산 끝자락 해발 873m 높이에 둘레 4㎞가량 바윗덩어리가 우뚝 솟아있다. 위압적이다. ‘울타리 같은 산’, ‘우는 산’, ‘경남 울산에서 금강산으로 가려다 미시령에 눌러앉은 바위’ 등 지명 유래도 분분한 ‘울산바위’다. 사방이 낭떠러지인 울산바위는 민낯으로 아래를 내려다본다. 멀리서 봐도 우락부락한 얼굴이 선명하다.

강원도 최북단에 있는 고성은 질 좋은 해변을 자랑한다.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두 번째로 해수욕장이 많다.(2019년 기준 27개) 그런데도 고성에서 바다를 등지고 산으로 떠날 이유는 충분하다. 해발 100~700m만 올라도 압도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울산바위와 속초시·동해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신선대(645m)와, 화진포 석호와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응봉(122m)이 그렇다. 지난달 17일 고성 신선대(토성면 신평리)로 향했다.

신선대 가는 길에 있는 수바위. 여행객들이 바위를 맨손으로 오르고 있다. 김선식 기자

너럭바위에 올라 탁 트인 대지와 바다를 가만히, 오랫동안 내려다보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두 시간 산에 걸어 올라가 한 시간 남짓 신선이 된 기분을 느낀다면 ‘남는 장사’ 아닌가. 고성 남서쪽 ‘신선대’는 신선들이 놀다 간 곳이란 뜻으로 성인대라고도 부른다. 설악산과 금강산을 잇는 다리 구실을 하는 신선봉(1204m) 산등성이에 있다. 가는 길은 ‘천년고찰’ 화암사 들머리부터다. 본격 산행을 시작하기 전, 아스팔트 오르막길 옆으로 글귀 새겨진 바위들이 예사롭지 않다. 화암사 역대 고승들이 남긴 글이다. 천천히 읽다 보면 마음가짐이 새로워진다. ‘천 가지 계책과 만 가지 생각/불타는 화로에 한 송이 눈이로다/진흙 소가 물 위를 걸으니/대지와 허공이 찢어진다’ 계산과 잡념을 내려놓고 가을바람 가르며 일단 걷기 시작했다.

수바위에서 신선대로 가는 길. 김선식 기자

‘수바위 100m’. 산길 어귀 팻말을 따라 왼쪽으로 올라갔다. 수바위까지 오르막 나무 계단과 오솔길을 넉넉잡아 10분만 걸으면 된다. 가깝다. 수바위는 ‘전설적인’ 바위다. 먼저 물에 관한 전설이다. 수바위 꼭대기에 있는 둘레 5m 웅덩이는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그 물을 주변에 뿌리고 기우제를 지내면 어김없이 비가 왔다고 한다. 쌀에 관한 전설도 있다. 수바위에 있는 한 작은 구멍에 관한 얘기다. 옛날 옛적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는 화암사는 늘 쌀이 부족했다. 그때마다 승려들이 이 구멍을 지팡이로 세 차례 휘저었고, 그러면 구멍에서 쌀 두 그릇이 나왔다고 한다. 어느 날 욕심을 부린 한 승려가 구멍을 한 번에 너무 많이 휘저어 그 뒤로는 쌀이 나오지 않는다고. 신라 혜공왕 5년(769년)에 창건한 ‘화암사’ 이름도 쌀에서 왔다. ‘벼 화’에 ‘바위 암’을 붙였다.

시루떡 바위. 김선식 기자

여행객들은 수바위에서 간이 암벽 등반을 한다. 맨손으로 바위를 짚고 약 5~10m 높이를 오른다. 바위틈에서 나뭇가지 앙상한 나무가 바람에 휘날리듯 비스듬히 자라고 있다. 위태로워 보인다. 모험심 강한 이들은 꼭대기까지 오르려고 한다. 마르지 않는다는 물웅덩이를 확인하려는 걸까. 이곳에선 목탁 치고 불경 외는 소리가 들린다. 북쪽 300m 아래 화암사에서 나는 소리다. 수바위에서 수행했던 고승들도 이 목탁 소리 들으며 정신을 가다듬었을 것이다. ‘신선대 1.2㎞’ 수바위에서 신선대까지 거리를 확인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숲속 오솔길은 길이 잘 들었다. 평일인데도 오르내리는 여행객들과 곧잘 마주친다. 하지만 마냥 쉬운 길은 아니다. 숨이 차면 나무 사이로 주름진 산줄기가 겹겹이 쌓인 풍경이 더 잘 눈에 들어온다. 한숨 돌리고 가라는 산의 배려다. 중간 거점은 ‘시루떡 바위’다. 바위가 시루떡처럼 너덧 겹 층층이 쌓여 있다. 이쯤부터 신선대까지는 길이 조금 비탈지다. 산악회 회원들도 시루떡 바위 앞에서 한바탕 수다를 떨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풍경. 신선대에 오른 여행객들이 모여 있다. 김선식 기자

이제 눈높이에서 울산바위를 바라볼 시간. 산길을 총 한 시간 남짓 걸어 ‘신선대’라고 쓴 비석을 만났다. 겹겹이 산맥을 등지고 드넓은 대지와 동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여행객들은 쉽게 만족하지 않는다. 샛길 따라 너럭바위로, 다시 울산바위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일명 ‘낙타 바위’로 걸어간다. 여기선 미시령 근처 도로에서 올려다본 그 위압적인 울산바위가 아니다. 브이(V)자형 조각도로 파낸 것처럼 모난 숲을 입고 있는 바위는 깡마른 얼굴을 하고 있다. 물기 없이 수척한 거암을 마주 보고 서면 마음도 한없이 차분해진다. 바위에 오른 사람들 모습도 새롭다. 너럭바위와 신선대, 낙타 바위와 또 다른 아래쪽 너럭바위에선 여행객들이 서로서로 바라본다. 마치 각자의 섬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처럼.

너럭바위에서 낙타바위로 가는 길. 김선식 기자

낙타바위에서 샛길로 가면 또 다른 너럭바위를 만난다. 김선식 기자

지난달 18일, 강원 고성군 거진읍 화포리 ‘화진포의 성’. 김선식 기자

고성 북쪽 화진포는 동해안 최대 자연 석호다. 석호는 모래가 바닷물을 가둬 만든 호수다. 섬처럼 갇힌 물인 셈이다. 누운 8자 모양으로 둘레만 16㎞인 화진포는 축구장 322개 넓이(2.3㎢)다. 화진포와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은 낮다. 야트막한 봉우리 ‘응봉’(122m)이다. 오르는 길은 ‘화진포의 성’이라 불리는 옛 김일성 별장에서 시작한다. 1948~1950년 김일성 주석과 아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가족이 여름 휴양지로 이용했던 곳이라고 한다. 원통형으로 지은 석조 건물은 이제 역사안보전시관이자 화진포 해변 전망대 구실을 하고 있다.

응봉에서 바라본 화진포와 해변. 김선식 기자

길은 온통 소나무 숲이다. 수십미터 높이 자란 소나무 줄기에 자꾸 눈이 간다. 보랏빛 도는 나무껍질이 태곳적 멸종한 동물의 가죽처럼 느껴진다. ‘화진포의 성’에서 나무계단을 100m가량 오르면 평탄한 흙길이다. 한 차례 가파른 오르막길을 지나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응봉까지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건너 조금 더 걸어야 한다. 응봉에선 탁 트인 시야로 화진포와 해변, 바다, 앞바다 섬(금구도)을 모두 볼 수 있다. 자꾸 해변을 때리는 흰 파도에 눈이 간다. 해변에 접한 호수는 미동도 없다. 바다는 스스로 모래를 쌓아 잔잔한 호수를 만들었다. 파도처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일상에도 변함없이 평온한 방 하나 마련하듯이.

고성에서 영화 <비트>(1997)의 대사가 떠올랐다. 영화 속 아버지가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훈계하자 고등학생 딸 로미(고소영)는 “낮게 날면 자세히 볼 수 있다”고 대꾸했다. 그가 고성을 알았다면 한마디 더 했을지도 모르겠다. ‘낮은 데서도 멀리 볼 수 있는 데가 있어요.’

고성(강원)/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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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여행 수첩

가는 길 서울에서 고성 화암사까지 차로 약 3시간 걸린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성 간성시외버스터미널까지 아침 7시20분부터 약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한다. 신선대 들머리 화암사 주차장까지는 차로 갈 수 있다. 화진포 주변 ‘김일성 별장’, ‘이승만 별장’, ‘이기붕 별장’, ‘화진포 생태박물관’은 입장권이 있어야 둘러볼 수 있다. 1인 3000원.(한장으로 네 곳 모두 관람 가능·매표 시간 오전 9시~오후 4시30분) 화진포 해양박물관 주차장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는 신분증을 맡기면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준다. 성인용 자전거 약 20대가 있다. 운영 날짜와 시간은 미리 확인하고 가야 한다.(월요일 휴무·문의 고성군 관광문화체육과 033-680-3045)

식당 화진포에서 북쪽으로 차로 5분 거리 대진항에 횟집이 여럿이다. 자연산 활어 전문점 ‘영동횟집’(대진리 137-4/033-682-3455)은 겨울에 제철인 ‘도치알탕’을 개시했다. 얼큰하고 담백하다. 2인분 3만원. 화암사에서 차로 15분 거리 수제 맥줏집 ‘문베어브루잉 탭하우스’(성천리 113/033-632-0711)가 있다. 3종의 수제 맥주를 판매한다. 1층 대형 양조장에서 ‘브루어리 투어’도 운영한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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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바위 앞에서 하룻밤

들머리 길가엔 키 큰 메타세쿼이아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다. 먼발치 우뚝 솟은 울산바위는 옹골진 얼굴로 그 길을 내려다본다. 지난달 17일,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이하 ‘설악밸리’) 안내소(웰컴센터)로 가는 길은 마치 메타세쿼이아 호위를 받으며 울산바위로 향하는 진입로처럼 느껴졌다. 고개 들고 한동안 울산바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울산바위를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신선대’ 들머리인 화암사에서 1~2㎞ 거리(강원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에 들어선 설악밸리가 지난 1일 문을 열었다. 신선봉 밑동 약 99만1736㎡(30만평) 땅에 터 잡은 설악밸리는 자연 속에 파묻혀 있다. 리조트에서 천진천을 따라 약 1.8㎞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은 화암사로 이어진다. 거대한 4층 목조탑처럼 설계한 ‘하늘전망대’에선 울산바위와 동해를 볼 수 있다. 천진천 나무 쉼터(워터 데크), 호수 ‘신선호’, 소나무 숲 해먹 쉼터(힐링 해먹 존) 등도 만들어 자연에 휴식처를 더했다.

켄싱턴호텔앤리조트는 설악밸리가 국내 13개 리조트 지점 가운데 최상위 등급이라고 밝혔다. 설악밸리는 4단지에 총 144개 객실이 있다. 그중 52개 객실은 독립된 건물인 ‘단독형 객실’이다. 객실 넓이는 86~119㎡(26~36평)로, 모두 방이 세 개씩이다. 두 가족 이상 5~7명이 함께 묵을 수 있도록 했다. 스위스 지역 이름을 딴 객실들은 소품과 인테리어도 스위스풍으로 꾸몄다. 한식 조식을 객실로 배달하는 ‘굿모닝 딜리버리 서비스’와 야외 테라스 바비큐 파티 등도 제공한다. 설악밸리는 오는 2025년까지 총 704개 객실에 스위스풍 정원과 박물관, 주말 가족 농장 등을 완비할 계획이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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