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1.13 20:36 수정 : 2019.11.14 02:38

‘무교동 유정낙지 본점’. 주인 김정민씨가 만든 ‘낙지전복찜’. 박미향 기자

박미향 기자의 '맛 대 맛'

밀레니얼 세대 요리사 장병덕
아버지 뜻 이은 유명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정민
이들이 추천하는 겨울 제철 먹거리
배추 샐러드와 낙지전복찜

‘무교동 유정낙지 본점’. 주인 김정민씨가 만든 ‘낙지전복찜’. 박미향 기자

계절의 변화는 밥상에부터 시작한다. 봄엔 도다리쑥국이, 더운 여름엔 시원한 콩국수가, 낙엽 지는 가을엔 전어구이 등이 식탁에 오른다.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겨울의 초입인 지금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전문가들에게서 추천 메뉴를 받았다.

■밀레니얼 세대 셰프가 고른 제철 채소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면서 일반 회사의 직장인처럼 지내다가 이번 대회로 요리에 열정이 커졌어요.” 그랜드하얏트 서울의 꼬치구이 전문점 ‘텐카이’의 요리사 장병덕(26)씨는 솔직하다. 지난 10월25일 만난 그는 밀레니얼 세대답게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드러냈다. 바르고 곧다. 그가 말하는 대회는 ‘더 굿 테이스트 시리즈’. 하얏트 호텔 앤 리조트가 매년 전 세계 지점에서 펼치는 요리 경연대회로, 자사 셰프의 역량 강화가 목적이다. 한국 대표로 뽑히면 11월께 마카오에서 열리는 하얏트 호텔 앤 리조트 아태지역 경선에 참여하게 된다. 거기서 우승하면 2020년 3월께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본선에 진출한다. 장씨는 지난 8월께 파크 하얏트 부산에서 열린 국내 대회에서 우승했다. “대회라고는 나간 적이 없는데, 덜컥 선배들 제치고 우승하니 겁도 난다.”

그가 추천하는 겨울 제철 음식은 남다르다. 밀레니얼 세대 요리사가 고른 건 평범한 듯하지만, 특별한 것이었다. 방어, 곰치, 양미리 등 누구나 한 번쯤 알은체할 만한 겨울 생선이 아니다. 그는 김장철 인기스타지만 특별할 거 없는 배추를 추천했다. 빠닥빠닥 날 선 배추를 호기롭게 잘라 그 기세를 꺾은 다음 갖은양념으로 버무린 샐러드를 만들었다. 추운 계절을 은은하게 담았다.

배추는 비타민과 미네랄, 아연 등이 풍부해서 겨울철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도 효과가 있다. 그는 “아삭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건 배추가 최고다. 조리하지 않고 날로 먹어도 맛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여기서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가 배추의 짝꿍으로 관자를 초대했다. “관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먹거리”라며 “여기에 유자청과 고추냉이도 얹었다”고 말한다. 향긋한 유자청 단맛에 혀를 포크로 긁는 것 같은 매콤한 고추냉이를 살짝 섞었다. “유자청만으로 드레싱을 만들면 식상하다. 고추냉이로 맛의 포인트를 줬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채 썬 배추에 드레싱(유자청 2T, 간장 0.5T, 식초 1T, 레몬즙 1T, 고추냉이 1T, 다진 마늘 1T, 올리브유 4T, 소금과 후추 조금 섞은 것)을 뿌린 다음 조리한 관자구이를 섞는다. 관자구이는 소금, 후추 등을 뿌린 후 올리브유와 버터 등으로 노릇하게 구우면 된다. 여기에 드레싱을 한 번 더 부으면 완성이다.

“(아태지역 경선) 대회에서는 마카오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한식과 양식을 섞은 메뉴를 낼 생각이다. 단순하지만, 맛있고 깊이 있는 음식이 탄생할 거다.” 자신의 생각과 기준이 중요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그다. 그가 만든 ‘유자·고추냉이소스와 관자구이 배추 샐러드’는 달곰하다. 접시의 주인은 손가락 두 마디만 한 관자처럼 보이지만, 먹다 보면 알아챈다. 사각사각 씹히는 배추가 없었다면 마침표 없는 문장처럼 맛이 길을 잃을 게 자명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밀레니얼 세대가 우리 시대에 그런 존재가 아닐까.

장병덕 셰프. 박미향 기자

신선한 배추 고르는 법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게 아니다. 들었을 때 묵직한 배추가 신선하다. 자른 단면은 하얗고, 속은 노란 게 맛있다. 겉잎의 녹색과 흰색이 선명한 배추를 고르면 된다.

장병덕 셰프가 만든 ‘유자·고추냉이소스와 관자구이 배추 샐러드’. 박미향 기자

■ 질겅질겅 씹는 맛의 최고는 낙지

“국산 낙지는 잿빛이 나고 중국산은 밤색이 많다. 크기도 1.5배 차이가 나는데, 중국 게 크다.” ‘무교동 유정낙지 본점’ 주인인 김정민(53)씨는 1년여간 가게를 운영하면서 체득한 생생한 정보를 지난 1일 풀어놨다. 제철을 맞은 낙지. 낙지가 주재료인 ‘낙지전복찜’만한 보양식도 없다. “우리나라 낙지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요즘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잡은 낙지도 국내에 들어온다. 시식해보니 그 중에서는 중국 게 가장 낫더라.” 그가 설명을 이었다. 양념에 압도당해 낙지 본연의 매력은 온데간데없는 요리가 이곳엔 없다는 게 손님들의 평이다. 장안에 유명한 낙지전문점에 견줘 이곳 낙지요리는 덜 맵기에 듣는 소리다. 이런 맛의 역사는 오래됐다.

그의 부모인 김수만(85)·김순득(80)씨 부부가 1966년 처음 가게를 열었다. 2년간 ‘미정’이라는 문패를 달고 운영하다가 1968년께 지금 광화문우체국 자리인 곳에 하나를 더 열면서 ‘유정낙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수만씨가 맛을 만들었다. 수만씨는 “당시엔 냉동낙지가 없었다. 여수까지 내려가 재료를 가져왔는데, 냉동이어야 장사가 되겠더라.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가 최초로 냉동낙지를 개발한 사람일 거다”라고 말한다. 당시 그는 고춧가루에서 맛의 중심을 찾았다. “낙지볶음은 고추장으로 만드는 줄 알았는데, 해 보니 맛이 안 나더라. 고춧가루와 전분을 활용하고, 낙지 데친 물도 그대로 사용해 완성했다. 단맛 나는 국산 마늘도 곱게 갈아 넣었다.”

당시 종로통에서 이 가게의 인기는 높았다. 수만씨가 만든 ‘맥주막걸리’를 찾는 술꾼도 많았다. 그 명단엔 가수 이장희, 송창식 등도 있었다. 밀주가 금지됐던 당시, 그는 막걸리를 빚어 맥주병에 넣어 팔았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다. 몇 년간 가게를 운영하던 수만씨는 광업에 매달리게 되면서 운영을 친척에게 일임했다. 손을 뗀 셈이다.

지난해 8월께 이들 부녀는 흩어져있던 지점들을 정리·정돈하고 ‘무교동 유정낙지 본점’을 다시 열었다. 정민씨는 “아버지는 이 브랜드를 아까워하시고, 맛도 당신이 처음 개발한 것과는 달라져서 속상해하셨다”고 말한다. 한국 푸드스타일리스트 1세대로 20여년간 종횡무진 활동했던 정민씨가 하던 일을 접고 이 가게 재개업에 동참하게 된 이유다. 미국 뉴욕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그다. 먹음직스럽게 꾸미는 데는 자신 있었지만, 주방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레시피를 유지하는 데 보람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알려주는 낙지조리법은 명쾌하다. 밀가루를 묻혀 낙지를 씻은 다음 찬물이나 얼음물에 헹궈야 탱탱하다고 조언한다. “낙지볶음은 낙지를 반드시 데친 후 볶아야 양념이 잘 달라붙는다. 끓은 물에 데칠 때는 너무 오래 두면 질겨진다. 냉동낙지는 전자레인지에 해동하지 말고, 자연해동을 하는 게 좋다. 그래야 낙지 특유의 질감이 산다.” 그의 정보는 촘촘하다.

그는 ‘낙지전복찜’을 추천했다. 콩나물, 낙지, 배추, 미나리, 전복, 관자 등을 손질하고 차곡차곡 쌓은 다음 찌기만 하면 완성이다. 김이 올라가기 시작한 후부터 8~9분 더 익힌다. 레몬 넣은 초간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무교동 유정낙지 본점’의 주인 김정민씨. 박미향 기자

신선한 낙지 고르는 법

눌렀을 때 탱탱한 탄력이 느껴져야 한다. 눈도 푹 꺼진 게 아니라 튀어나와야 신선한 낙지다. 다리에 달린 빨판을 눌렀을 때 단단한지 확인한다. 너무 미끈거리는 낙지는 신선한 게 아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참고도서 <친환경음식백과>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박미향 기자의 ‘맛 대 맛’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