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8 09:23
수정 : 2019.11.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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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지(42)씨는 지난해 7월6일부터 인도네시아 발리로 ‘한 달 살기’ 여행을 다녀왔다. 아들 상윤(14), 딸 하윤(9), 아들 도윤(5)과 넷이 같이 갔다. 아이들은 발리 우붓에서 처음 2주 동안 여름학교에 다녔다. 가족들은 수영, 서핑, 래프팅, 요가, 이발, 장보기 등 평범한 일상을 누렸다. 사진 김승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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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ㅣ외국 한 달 살기
일정 탓에 다시 못 본 ‘바다 걷는 사람들’
외국 여행지에서 한 달쯤 머물 수 있다면
최근 동남아, 유럽, 북미 2~4주 여행상품 봇물
외국 ‘한 달 살기’ 여행자 5인 여행담 들어보니
‘한 달 살기’ 방점은 ‘살기’에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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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지(42)씨는 지난해 7월6일부터 인도네시아 발리로 ‘한 달 살기’ 여행을 다녀왔다. 아들 상윤(14), 딸 하윤(9), 아들 도윤(5)과 넷이 같이 갔다. 아이들은 발리 우붓에서 처음 2주 동안 여름학교에 다녔다. 가족들은 수영, 서핑, 래프팅, 요가, 이발, 장보기 등 평범한 일상을 누렸다. 사진 김승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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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수평선에 걸린 점들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담장 같은 파도가 에누리 없이 몰아치는 해변, 사람들은 서프보드와 타월을 챙겨 하나둘 자리를 떴다. 지난 1월 하와이 오아후 섬 노스쇼어, 워낙 유명한 해변이었지만 기대하지 않았다. 명소에 실망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잠시 바닷바람이나 쐬자는 생각이었다. 아이들은 렌터카 안에서 잠들어 버렸고, 부부만 밖으로 나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애들은 다섯살부터 서핑한대.” “여기에 사는 카일루아 고등학교 학생들은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각자 다른 듯 같은 얘길 하는 동안 수평선에서 움직이던 점들이 점점 가까워졌다. 마치 바다를 걷는 듯 유유히 미끄러져 다가온 이들은 서퍼들이었다. 황금빛 바다, 야성의 파도, 바다를 걷는 사람들. 그 잊지 못할 광경을 다신 보지 못했다. 7박9일 일정은 많은 걸 허락하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한 달쯤 지낼 수 있다면’이라고 생각한 건 아마도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한 달 살기’ 여행 트렌드가 10년가량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란 책은 이미 2011년께 출간됐다. 제주로 떠났던 이들은 이제 동남아, 미국, 캐나다,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트렌드를 읽은 여행사들도 최근 ‘한 달 살기’와 ‘반 달 살기’ 상품을 내놨다. 내일투어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7개 나라에서 2~4주 머무는 ‘한 달 살기’ 여행상품을 내놨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베트남 다낭·호이안, 인도네시아 발리, 타이 치앙마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지중해 몰타 등이다. 모두투어도 타이 치앙마이 ‘반 달 살기’(13박15일) 상품을 출시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하나투어는 지난 9월 체코 프라하 ‘반 달 살기’(2주) 상품 출시에 이어 이달 캐나다 밴쿠버(12박14일)와 타이 치앙마이(13박15일) 상품을 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하나투어 홍보팀 조일상 팀장은 “그동안 중남미나 크루즈 여행이 아닌 이상 보름 정도의 장기여행 상품은 없었다”며 “현지에서 상시적인 안내 서비스와 원하는 경우 가이드나 단체투어를 제공하지만, 기본적으로 한 숙소에 머물며 종일 자유일정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한양대 관광학부 김남조 교수는 최근 ‘외국에서 한 달 살기’ 트렌드에 대해 “예전에는 여행지에서 신기하고 진귀한 곳들을 찾아다니며 얕게 스쳐 지나가는 여행을 했다면, 이젠 경험이 쌓인 여행자들이 현지에 오래 머물면서 여유있게 관찰하고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는 여행을 원하는 것 같다”며 “깊고 진지한 경험에 대한 바람이 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ESC는 외국 ‘한 달 살기’ 여행을 다녀온 5인에게 ‘한 달 살기 비법’을 물었다. 홀로 세 아이를 데리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 달 살기’한 엄마 이야기와 타이 치앙마이, 필리핀 세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와 동유럽(프라하, 바르샤바), 미국 마이애미 ‘한 달 살기’ 경험자들의 여행담을 전한다. ‘한 달 살기’에 방점은 ‘살기’에 있었다. 그들은 평소 집안일, 바깥일, 사람들에 치여 놓쳤던 시간과 공간을 그곳에서 보았다. 살면서 놓치는 것투성이인데 여행만큼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며 준비했다. 이번 주 ESC를 놓치지 마시라.
김선식 기자 kss@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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